내년이 기대되는 이유

작은 씨앗이 만들어낸 기적

 
작년, 뜻밖의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화단 한쪽에서 홀연히 핀 한 송이의 수선화. 언제 심었는지도 모를 꽃이 돌 틈 사이를 비집고 나와 황금빛 봉오리를 피웠습니다. 그 순간엔, 별다른 이유 없이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충만해졌습니다.
 
그리고 올해 봄, 또다시 작은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돌 틈 사이로 초록빛 새싹이 하나둘 고개를 들기 시작했습니다. 기온이 점점 올라가면서 봉오리들이 하나둘 터지며 꽃을 피웠습니다. 놀랍게도 지난해와 같은 자리였습니다. 기적 같은 순간이었지만, 그 기쁨도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겨울이 그렇게 쉽게 봄에 자리를 내주지 않듯, 예상치 못한 꽃샘추위가 찾아왔기 때문입니다.
차가운 바람에 쓰러진 꽃을 보며 속상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저 시간을 주기로 했습니다.
포기한 듯 보였던 꽃들이 며칠 후 다시 힘을 내어 하늘을 향해 머리를 들었습니다.

스스로 아픔을 치유하며 더욱 강해지고 있는 자신을 증명하려는 듯 얼마 남지 않은 개화의 시기까지 최선을 다해 꽃을 피우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오히려 더 당당하고 아름다운 모습이었습니다. 그들의 생명력 앞에서 다시 한번 자연의 경이로움에 감탄했습니다.
 

작은 씨앗이 만드는 새로운 봄

 
기적 같은 수선화의 탄생을 되짚어 보니, 그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여러 해 전 한 지인의 꽃밭에서 얻어온 수선화가 그 시작이었습니다. 그늘지고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길을 개척하며 꽃을 피운 모습은 마치 우리의 인생과 닮아 있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우리 삶에도 그런 씨앗들이 존재하지 않을까?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어딘가에서 조용히 싹을 틔우고 있는 이름 없는 씨앗들. 내년 봄이 오면, 혹은 그다음 해가 되면, 뜻밖의 놀라운 모습으로 우리 앞에 피어날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래서 내년이 더욱 기대됩니다.
기억엔 없지만, 이전에 뿌려놓은 작은 호기심과 노력으로 만들어 놓은 씨앗이 어떤 새로운 꽃을 피울지, 어떤 감동을 선사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죠.
인생도 그렇게, 예상치 못한 기쁨과 놀라움으로 가득 채워지기를 바라며 오늘도 또 한 번 작은 씨앗을 뿌려 봅니다.